흐르는 아이의 시간을 잡을 수는 없을까
ESC 쌤
자라나는 아이를 바라보면 하루하루가 놀랍다. 그 변화의 순간들은 마치 물결처럼 흐르고, 나는 그 순간들을 손으로 움켜쥘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낀다. 첫째 아이가 태어났던 그날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아이는 어둠 속 어미의 양수에서 포근하게 살아오다가, 대비할 겨를도 없이 빛과 공기의 세계로 던져졌다. 피부 위로 빛이 스며들고 서늘한 공기가 몸을 감쌌을 때, 그것은 아이에게 천재지변 같은 사건이었을 것이다. 태어난 아이가 처음 내 품에 안긴 그 순간을 기억한다. 하지만 정작 그 순간은 문학 작품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충만한 감동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았다. 내 품에 처음 안긴 그 아이는, 불그스레하고 허연 피부에 비현실적인 머리와 몸통 비율을 지닌, 마치 보건의료용 실리콘 인형처럼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