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양귀자, <모순>, 쓰다, 2013년, p.296
by ESC 쌤
안녕하세요, ESC 쌤입니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갈수록 빈도 높게 떠올리는 생각이며, 그것을 말로도 꺼내곤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머리로 이해해서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겪고 나니까 지금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오늘 필사한 양귀자의 <모순>의 한 구절을 읽어보며 떠오르는 말입니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며 시야가 넓어져서 그럴까요? 과거에 잘 알고 이해한다고 생각해서 공감했다는 생각이 그저 아는 척을 한 듯 해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나영석 PD의 TvN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님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찾아보았습니다. 이게 마침 클립이 올라와 있네요.
나는 그런 의문을 품어요. 어떤 사람이 다른 어떤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약간 회의적이거든. 어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정말 있는 그대로, 알고 이해해주는 것이 가능한가.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내가 남을 어떻게 알고 남이 나를 어떻게 알아? 이걸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삶이 근본적으로 외로운 것이, 그것 때문 아닌가? 그러니까 내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타인도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않는다. 이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외로워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 하지만 이해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면 완전치는 않아도 나를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되게 세상이 밝아 보이거든. - 알쓸신잡2, 3회, 2017.11.10. 중에서 유시민 작가님의 발언 中
작중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말하듯이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도 사실 잘 아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전 포스팅(2025.02.18 - [에필로그] 서유미, <우리가 잃어버린 것>, 현대문학, 2020년, p.31)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실 내가 다른 사람을 완벽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한다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부끄러웠을 당시에는 정말 제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미진하다고 생각하면 더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앎을 채워갔으니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직접 체험한 것이 아니라서 그랬던 것일까요? 사실 잘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사실 알면서도 그랬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결국은 많은 실패(실수)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방송인 이경규님이 종종 언급하는 말이 떠오릅니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습니다." - 방송인 이경규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좌절한 적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결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결국, 오늘의 내가 만들어진 것은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니까요. 되돌아보면, 어른들의 말 중에 틀린 것이 없다는 말들이 옳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그 말(교훈)을 들어도 몰랐고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하는 말들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제가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다른 교사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저라는 사람이 겪은 과거의 시행착오를 우리 아이들이 다시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투영된 것이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제가 그랬듯이 제자들 중에서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시행착오와 아픔을 겪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니체의 명언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날 더 강하게 만든다. - 니체
이겨낼 수 있는 고통은 겪으며 우리는 더 성장해나가니까요. 학생들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교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만 알면 시행착오를 덜 겪겠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기회도 적을 것 같습니다.
<모순>의 한 구절처럼 사람들은 정말 모두 소의 귀를 가졌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의 귀를 통해 우리들은 성장하고 변화해나간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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