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쌤의 과학탐험실

[에필로그] 헤르만 헤세, <클라인과 바그너>

by ESC 쌤

 

  안녕하세요, ESC 쌤입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함이 밀려옵니다. 저뿐만 아니라 아내, 부모님, 아이들 모두 나이를 먹으며 변해갑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속도로 성장하고, 성숙해지고, 늙어갑니다.

 

  30대 중반에 선 저는 우리 가족의 모든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합니다. 성장과 성숙, 그리고 늙음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나이 들어가지만, 지금 이 순간 저는 그 경계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족과 일, 소비와 생산, 불안정과 안정, 편안함과 불편함, 선택과 집중, 안주와 도전… 삶의 수많은 요소가 균형을 이루려 애쓰지만, 때로는 한쪽으로 쏠리고 또다시 흔들립니다. 마치 줄타기를 하듯, 어느 한 곳에 과하게 집중하면 다른 것들이 위태로워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앞으로 만들어갈 삶과 책임져야 할 가족을 떠올릴 때면 불안감이 스며듭니다. 안정적인 현재가 계속될 수 있을까요? 미래의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이들이 자랄 때쯤 저는 어떤 부모가 되어 있을까요? 제가 선택하는 방향이 가족들에게도 올바른 길이 될 수 있을까요?

 

  이 불안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클라인과 바그너>는 집필 당시 헤르만 헤세의 내면적 고통과 시대적 불안이 반영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장이 불안에 잠식당하지 말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스스로 만든 안전한 영역에 머물고 싶어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두려움과 불안을 능동적으로 극복하며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아니, 더 많이.

 

  불안이란 단순히 두려움의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마주하느냐에 있습니다. 불안을 피하기 위해 회피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불안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성장의 가능성을 찾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불안을 회피하려 했던 적이 많습니다. 불확실한 것보다는 확실한 것을 선호했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안정적인 길을 택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저를 성장시킨 순간들은 언제나 불안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새로운 제안이 왔을 때 제가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 거절하고 싶더라도, 저는 일단 일을 벌였습니다. 그러면 책임감이 내재된 제 기질로 인해 어떻게든 마무리는 하게 됩니다.

 

  그 완성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기본은 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성장했습니다. 결국, 불안을 느낀다는 것은 제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뜻이고, 그 도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교사성장학교에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고, 완벽을 목표로 하기보다 완수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 완벽하려다 보면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비록 부족하더라도 완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교사로서 처음 연구 수업을 준비하던 때였습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습니다.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수업 자료를 여러 번 수정하며, 실수를 최소화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수업이 시작되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고, 저는 계획했던 대로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즉흥적인 선택이 필요했고,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완벽한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그 이후로 저는 '완벽'보다 '완수'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끝까지 해내는 것.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갖추려고 하기보다는, 일단 시작하고 과정 속에서 배우는 것. 그것이 불안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불안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것입니다. 불안을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는, 그것이 제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불안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수록 더 크게 느껴집니다. 가족, 일, 미래, 그리고 저의 성장. 제가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그것들이 제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 불안을 어떻게 활용해야할까요?

 

  먼저, 지금의 불안을 저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불안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를 보면, 제가 어떤 부분에서 고민하고 있는지 더 분명해집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불안 속에서도 작은 행동을 지속해야 합니다. 변화는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내일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완벽한 부모가 될 수 없더라도 아이와 하루에 10분이라도 더 내밀한 시간을 가지는 것, 교사로서 완벽한 수업을 할 수 없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 이런 작은 실천들을 쌓아간다면 어느 순간 저는 불안을 극복한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족, 친구, 동료들과 불안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불안은 더 이상 저를 잠식하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견뎌낼 수 있는 감정이 됩니다.

 

  저도 꾸준히 나아갈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불안하더라도, 한 걸음씩.

 

  교사성장학교와 같이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들 속에서 서로를 다독이며 나아간다면, 더욱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불안을 피하기보다 마주하고, 그것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 나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고민과 불안을 돌아보며 그것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과정이었음을 깨닫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블로그의 정보

ESC 쌤의 과학탐험실

ESC 쌤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