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빈센트 반 고흐, <테오에게>
by ESC 쌤
안녕하세요, ESC 쌤입니다.
3월 8일의 추운 날, 이 글을 발견하며 뼈가 시려웠습니다. 뼈마디를 맞은 느낌이라서 그렇습니다. <테오에게>의 구절에서 말하는 주요 내용과는 다르지만, 오늘의 상황과 겹치는 표현들이 서두부터 나왔거든요.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 토요일, 아침부터 두통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에너지 넘치는 첫째가 "아빠~ 놀자!! 놀자~!!"라며 매달립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놀아주는 시간'이 아니라 '같이 노는 시간'으로 여기고자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체력이 모자라니 귀찮기만 합니다. '놀아주고 싶지 않다'가 아니라 '같이 놀고 싶지 않다'고 변명하고 싶습니다.
거실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니 햇빛이 오랜만에 쨍쨍하게 들어옵니다. 날씨를 확인하니 바람이 불긴 하지만, 체감 온도가 8도라는 것을 보니 꽤 괜찮은 날씨입니다. 겨울 동안 추워서 나가지 못한 집 앞 놀이터를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겨울철의 추운 나날들로 인해 놀러 나가지 못했던 놀이터로 놀러 나가는 것이 얼마나 기다려졌을까요? 여름철 해가 긴 시기에는 어린이집 끝나고 1시간이 넘도록 놀이터에서 뛰어놀다 들어왔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어쩌죠? 아이는 노란 콧물이 흘러내립니다. 감기에 걸려서 어제 병원에서 약도 지어왔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 나도 아이도 컨디션도 안좋은데, 지금 놀이터에 나갔다가 더 아프면 어떡해? 날씨가 좀 따뜻해졌다 해도 여전히 찬 바람이 불고 추운데 말이야. 그럼 안되지! 놀이터에 나가면 안되겠다.'라고 말입니다. 분명히 그 전까지만 해도 놀이터에 나가면 좋아할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순식간에 부정적인 생각으로 덮어버립니다.
오늘, 그렇게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아이와 집에서 놀이를 하다가 결국 노을 진 저녁 시간에 마음을 고쳐먹고 잠깐이나마 놀이터에 다녀왔습니다. 낮 시간에 비해 2도는 온도가 더 떨어지고, 바람은 더 세게 부는데 말입니다. 당연히 아이는 뛰어놀며 추위도 느끼지 않는 듯 하였고, 30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아빠와 놀았던 놀이터와의 시간이 퍽이나 즐거웠는지 집에 들어와 엄마한테 재밌었다고 재잘거립니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조금이라도 따뜻할 때 나갔다 올 것을 후회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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