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윤오영, <방망이 깎던 노인>
by ESC 쌤
안녕하세요, ESC 쌤입니다.
중학생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방망이 깎던 노인>을 필사했습니다. 꽤 오래된 작품이라 생각해서 이번에 찾아보니 1974년 작품이더라고요. 학생 시절 처음 이 작품을 보았을 때에도 재미있고 인상 깊었습니다. 왜냐하면 노인장의 '장인 정신'이 참 멋있어 보였거든요. 이런 장인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10년 넘은 시간이 흘러 이번에 원문을 다시 찾아보니 학창 시절에 교과서에 수록된 <방망이 깎던 노인>의 작품은 일부에 해당하였음을 알았습니다. 물론, 교과서 편집자 분들께서 어찌나 잘 발췌하셨는지 전체 내용을 다 읽지 않아도 주된 내용을 알기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셨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길지 않은 분량의 원작을 다 읽고 나니 작품의 느낌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필사한 부분은 제가 생각하는 <방망이 깎던 노인>의 하이라이트 부분이며, 재미있고 정감이 가는 주인공과 노인과의 대화 부분입니다. 친구들이나 혹은 아내와 함께 상황에 따라 밈처럼 사용해 웃고 떠들던 구절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을 활용하였을 당시 상황은 원작에서 느낀 '장인 정신', '느림의 미학'과 같은 것과는 큰 상관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없어 재촉하는 상황 속에서 서로에게 맞받아칠 때 사용하곤 했거든요. 그저 '재촉하지 마라. 알아서 다 할 수 있어.'라는 표현으로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혹자에게는 <방망이 깎던 노인> 속 노인의 모습이 참 고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완성도(퀄리티)를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시간(데드라인)이 더 중요한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완성도를, 누군가는 주어진 시간을 중요시 여길 수 있을 테니까요. 당연히 이상적인 것은 주어진 시간 내에 최고의 완성도를 보이는 것이겠지만, 사실 모든 상황 속에서 그것이 가능하지는 않으니까요.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저로서는 참 이런 상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느껴집니다. 게으르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반면에, 꼴에 완벽주의적인 면모가 있어 완성도를 끌어올리려고 용을 쓰니까요. 주변에서 보면 여러 생각이 듭니다. 진작에 하지 그랬다든지, 욕심 좀 내려놓으라든지 말입니다. 정답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무엇이든 우린 선택을 해야합니다.
지난 TCI 검사를 하고 나서부터는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려고 하되, 용쓰지는 않으려고요.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받을 정도로 무리하지 않는 선을 지켜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잘 하다보면(완벽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매듭이 지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올해는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다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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